무인 빨래방, 무인카페 두 번의 성공, 그리고 한 번의 실패 이야기
저는 지금까지 무인 빨래방과 무인 카페를 운영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부업 수익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빨래방에서는 월 평균 300만 원의 수익이, 두 개의 무인카페에서는 약 300~400만 원의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기에, 솔직히 말해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도 해볼까?” “창업비도 싸고, 운영도 간단하니
괜찮을 것 같은데?”
당시에 무인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었고, ‘이건 진짜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템’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닌 끝에, 아파트 단지 내 상가로 결정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행에 들어가는 게 제 성격입니다. 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달 넘게 서울 시내를 돌며 상권 조사를 했고, 결국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선택했습니다. 아파트 세대수는 약 1,000세대.
근처에 어린이집도 있고, 유치원도 있고,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들리고, ‘여기면 무조건 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매장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했고, 제품 라인업도 다양하게 구성했으며, 보란듯이 오픈했습니다.
오픈 첫날, 냉동고 안에 정리된 아이스크림을 보며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예상치 못한 경쟁자, 편의점의 노마진 할인 공격
그런데 오픈 후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았고, 사람들이 지나가기만
할 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사실, 같은 단지 내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노마진 할인 행사를 시작한 겁니다.
진짜 말 그대로 원가 수준, 거의 이익을 남기지 않고 판매하는 구조였습니다. 심지어 대형 편의점이라 고객들도 익숙하고
접근성도 좋았고요. 저는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됐습니다. 아이스크림은 가격과 접근성 모두가 결정적인 요소라는 걸요.
‘나는 무인이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했지만, 편의점이 저렇게까지 가격을 내리면… 경쟁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님들의 말 한 마디, 나를 무너뜨리다
더 힘들었던 건, 지나가던 동네 분들의 한마디였습니다.
“여기 편의점도 있는데 굳이 이런 가게 또 들어오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상도덕이 없네, 상도덕이…”
이런 말이 들려올 때마다, 제 자신감은 무너졌습니다. 물론 상권은 자유 경쟁이지만, 단지 내 소상공인 사이의 분위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더 이상 당당하게 매장을 오픈할 수 없었습니다. 기세 좋게 오픈했던 그 마음은 사라지고,
“오늘도 손님이 없으면 어떡하지?” “이 동네에서 나를 좋게 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한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결국 6개월 만에 철수, 마이너스 2,000만 원의 손실
매출은 계속 바닥이었고, 가격을 더 내린다고 손님이 올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6개월 만에 매장을 접기로 결심했습니다. 인테리어 비용은 회수도 못 했고, 남아 있는 아이스크림 물량과,
냉동고와 키오스크 등 장비는 중고로 헐값에 처분했습니다.
총 손실 금액은 약 2,000만 원. 제가 처음 이 부업을 시작하면서 만든 가장 큰 마이너스였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 – 경쟁을 피하라, 감동을 잃지 마라
이 실패를 통해 제가 배운 건 단순합니다. 경쟁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것.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이 가게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는 사업은 언젠가 그 댓가가 돌아온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단지 내 편의점과 갈등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었고, 오히려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주민들 눈에는 그게 ‘한 자리 더 차지하러 들어온 경쟁자’처럼 보였던 겁니다.
무엇보다 제가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사업, 정말 신경 쓸 게 너무 많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좋은 자리에 가게 하나 열면 되는’ 게 아닙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분위기, 가격, 편의성,
감성, 리뷰까지 전부 따집니다. 거기다 상권 내 관계, 경쟁자 유무, 주민 인식까지 고려해야 하죠.
저는 빨래방과 카페에서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신경 썼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이스크림 매장에선
‘그냥 싼 가격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감동을 줄 준비 없이 시작했던 것”이 결국 실패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보며
실패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고, 다음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저는 다음 도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경험도, 실패한 경험도 모두 저를 성장시키는 자산이니까요.
이번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무인 창업,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할 때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더 깊이 조사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장사’를 준비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